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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脫홍콩 나서는 미술품 '큰 손'

2023.01.31
[인터뷰] 脫홍콩 나서는 미술품 '큰 손'…인천공항에 세계 최대 수장고 만드는 송문석 대표


2026년 세계 최대·최첨단 미술품 수장고 인천공항에 완공
인천공항 프로젝트 따 낸 송문석 아르스헥사 대표
미술품 수장고 韓 미술시장 성장에 기여
3800억 투자예정... “임차수요 45% 이미 확보, 착공 전 70% 목표”
인천국제공항의 서쪽 부지에 세계 최대 규모의 미술품 수장고(收藏庫)가 들어선다. 부지 규모만 4만3669㎡, 연면적은 9만4644㎡에 이른다. 축구장 11개를 붙여놓은 크기다.
인천공항 미술품 수장고 프로젝트에 들어가는 자금만 3800억원 수준. 2026년 수장고가 완공되면 운영은 아르스헥사 인천공항 프리포트 특수목적회사(PFV)가 맡는다. PFV 주관사는 아르스헥사다. 이 회사를 이끄는 송문석 대표는 인천공항 수장고 프로젝트를 따기 위해 꼬박 7년을 투자했다.
송 대표는 지난 26일 조선비즈와 만나 “7년간 밤낮으로 매달려 온 사업이 이제 첫발을 뗐고, 끝까지 완성해 서울을 아시아 미술시장의 허브로 만드는 데 일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수장고가 한국 미술시장의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기본 인프라”라고 덧붙였다.
송 대표가 수장고 프로젝트에 나선 것은 이제 우리나라가 아시아 미술시장의 중심으로 떠오를 준비가 됐다는 계산이 섰기 때문이다.
한국 경제 규모가 다른 선진국과 어깨를 견줄 만큼 성장했고, 미술을 사랑하는 소비자들이 생겨난 것이 첫 번째 이유였다. 게다가 우리나라엔 훌륭한 건설 기술이 있고 수장고에 적용될 IT 첨단기술도 여럿이었다.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 자본력을 가진 투자자도 충분했다.
홍콩의 국가보안법 도입은 또 하나의 큰 변화였다. 전 세계 미술시장의 30%를 차지했던 아시아의 미술 허브였던 홍콩에서 불안해서 아트 비지니스를 못 하겠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아울러 일본 미술시장으로 옮겨가자니 잦은 지진이 걱정이고, 대만은 중국과 양안 관계가 있어 어려웠다.
홍콩 미술시장 관계자들의 고민을 들은 송 대표는 미술시장 큰 손들이 결국은 아시아 미술시장의 허브로 한국을 선택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경제 규모나 사회적 안정성, 정부 정책의 건전성 등을 감안하면 한국을 대체할 만한 곳이 없다는 것이다.
송 대표는 사업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그렇게 보낸 시간이 7년. 그 노력은 지난해 8월 30일 결실을 맺었다. 정확히 말하면 첫 단추를 끼웠다. 이 날 송 대표는 인천국제공항공사와 인천공항 미술품 수장고 개발사업 실시협약을 체결했다.
오는 2026년, 송 대표가 이끄는 세계 최대 규모 수장고는 어떤 모습일까. 수장고 사업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송 대표와의 일문일답.
-어떤 계기로 수장고 사업을 구상하게 됐나.
“7년 전 프랑스 파리에서 개인사업을 하면서 미술시장을 산업으로 바라보게 됐다. 그때 우리나라 국민소득이 3만 달러에 근접했고 글로벌 갤러리가 한국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다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에 비해 턱없이 작았던 미술시장도 본격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술이 산업과 만나면 인프라는 필수적으로 필요했다. 초고가 예술품이 한국에 들어와서 가장 먼저 찾을 인프라는 바로 수장고였다. 그 때부터 전 세계 여러 거점에 위치한 프리포트 형태의 수장고 모델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다. 이왕이면 인천공항 근처에 수장고를 만들고 싶었다.”
-인천공항공사를 잡기 쉽지 않았을 텐데.
“노력을 많이 했다. 초기부터 딜로이트에서 컨설팅을 받았다. 왜 미술품 수장고가 필요한지, 어떻게 개발해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을 상세히 준비해갔다. 공항공사와도 재차 논의했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을 때 우리는 1000점 만점 중 987.2점을 받았다.
서로 지향점이 같아서 좋은 점수를 받은 것 같다. 인천공항도 문화예술공항을 지향하고 있다. 인천공항공사는 미술품 수장고를 기반으로 세계적인 미술관, 갤러리, 옥션, 아트페어 등을 유치하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여기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생각이다.
발맞춰서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교통센터 남쪽의 장기주차장 부지에 ‘아트갤러리’ 등이 포함된 복합개발사업도 추진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 부지는 원래 홍콩 첵랍콕공항과 유사하게 제2여객터미널로 예정됐던 곳인데 제2여객터미널 위치가 영종도 북쪽으로 바뀌면서 현재는 지상 주차장으로만 쓰이고 있는 곳이다.”
-수장고가 건설되면 한국 미술시장에 어떤 변화가 생길까.
“프로야구와 프로농구에서 용병을 쓴다고 생각하면 쉽다. 경기 능력이 월등한 외국 선수를 용병으로 데려오면 선수들의 수준도 올라가고 경기력도 향상되지 않나.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수장고가 한국에 있으면 세계 수준의 미술과 국내 미술품이 뒤섞이면서 그 수준이 올라갈 수 있다.
한국 경제 규모가 전 세계 10위권 내로 성장했다고 해서 한국 미술시장이 갑자기 10위권 내로 발돋움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손꼽히는 수장고를 갖고 있다면 그 시간을 앞당길 수 있다.”
-인천국제공항과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나.
“인천국제공항은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공항이다. 2024년 제2여객터미널 확장공사가 끝나면 1억 명이 넘는 이용객과 세계 최초로 국제여객 5000만 명 이상 수용 가능한 여객터미널을 2개나 갖게 된다. 2026년 완공될 수장고는 이런 양적 성장을 더해 인천공항이 문화와 예술의 플랫폼이 될 수 있게 날개를 달아줄 것이다. 단순히 거쳐 가는 공항이 아니라 자체로 명소가 되는 곳으로 바뀔 것이다.”
-왜 한국이 아시아의 미술 허브로 거듭날 것이라고 생각하나.
“몇 가지 이유가 있지만 일단 국내 미술 소비시장이 무르익었다. 지난해 국내 미술시장이 보여준 저력을 보면 안다. 미술품을 자산 포트폴리오의 하나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지난해 국내 미술시장이 1조원을 넘었는데 중요한 것은 그 추세다. 1조가 큰 액수이긴 하지만 어쩌면 한국미술 발전의 잠재력과 시작점을 확인한 금액이라고 생각한다.
지난해 국내 대형 아트페어의 성공도 잇따랐다. 특히 ‘프리즈 서울’을 개최하면서 해외 갤러리들이 모두 놀랐다. 해외 갤러리들은 처음에 ‘태핑’(증권업에서 수요조사와 비슷한 뜻) 수준으로 작품을 냈다. 사실 수준 높은 작품은 많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열기는 예상 밖으로 뜨거웠다. 해외 갤러리들 반응을 보면 내년엔 한국에 가져오는 작품 수준이 달라질 것이란 말들을 많이 한다. 이들은 모두 괜찮은 수장고부터 찾을 것이다. 가져오는 좋은 작품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기 위해선 수장고가 필수적으로 필요하다.”
-미술을 사랑하는 소비자가 늘었다고 해도 홍콩·싱가포르 등 미술시장에 관심을 갖는 아시아는 많다.
“싱가포르, 일본, 대만, 중국 모두 미술시장을 바라보고 있다. 이 중 홍콩은 전 세계 미술시장의 30%를 차지하고 있다. 지금까진 단연 선두 주자다.
하지만 홍콩엔 국가보안법 문제가 있다. 2020년 6월 30일 시행된 홍콩국가보안법은 국가 분열, 국가 정권 전복, 테러 활동, 외국 세력과의 결탁 등 4가지 범죄를 최고 무기징역형으로 처벌할 수 있게 한 법이다. 법이 시행되고 3년째 접어들면서 홍콩에 있는 많은 자본이 싱가포르 등으로 둥지를 떠나려고 준비하고 있다. 불안하다는 것이다.
싱가포르의 창이공항에도 이미 수장고가 있다. 인천국제공항과 세계적인 순위를 다투는 훌륭한 공항이지만, 창이공항도 수장고의 86% 정도가 이미 가득 찬 것으로 안다. 공간이 부족하다. 창이공항의 수장고는 연면적 3만㎡인데,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들어서는 수장고는 연면적 9만4644㎡ 규모다. 규모 면으로 2배가 넘는다.
일본은 지진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예를 들어 유화(油畵) 같은 경우 크랙(금)이 있는데 지진으로 크랙이 심해지면 그 그림의 가치는 떨어진다. 그래서 수장고 규모가 작을 수밖에 없다. 일본 공항의 수장고가 10년째 9917㎡(3000평) 수준인 것은 이 때문이다.
스위스 제네바 공항의 수장고도 이미 포화상태, 룩셈부르크 핀델공항도 이미 96%가 찼다. 중국 베이징도 시장이 크고 공항에 수장고가 있지만 정치적, 제도적 리스크(위험)가 있다. 한국에 분명 경쟁력이 있다.”
-면적 말고도 내세울 장점이 있나.
“수장고는 최첨단 기술의 첨병이다. 수장고엔 검증된 최신 기술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이런 기술이 축적돼 있다. 수장고를 잘 모르는 분들께는 방공호에 와인 저장소를 짓는 거라고 설명한다.
생체인식 출입 장치, 할로겐 가스를 이용한 소화장치, 공황 활주로와 직결되는 이송로, 극도의 보안과 안전을 담보하는 시설물까지…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 ‘테넷’의 전반부엔 미술품 수장고의 최첨단 시설에 대한 설명이 나오는데 인천국제공항에 들어서는 수장고에 모두 구현된다.
내부 반입 작품을 살균 소독하기 위한 훈증·질소 소독시설, 고객들이 자신이 보관 중인 작품을 감상하고 확인할 수 있는 뷰잉룸, 온도나 습도 등 보관 방식이 다른 작품을 보관할 수 있는 등급별 수장시설, 옥션·아트페어 등이 사용할 개인 수장고, 앞으로 시장이 더 커질 디지털 예술품에 대한 보관금고 등이 인천공항공사 수장고에 설치된다. 이런 최첨단 시설이 갖는 경쟁력은 크다. 누구나 자신의 가치 높은 미술품을 안전하게 보관하고 싶기 때문이다.”
-2026년에 수장고가 지어지면 채워질 물량도 확보됐나.
“현재 시점으로 이미 45% 이상의 임차를 확정했다. 착공 전까지 70% 이상의 임차 확보를 목표로 뛰고 있다.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세계 수장고와 경쟁하면서도 함께 간다. 룩셈부르크 수장고 운영사인 ISA와 운영자문 컨설팅계약을 체결했고 전 세계 80여 개 역외수장고를 운영 중인 프랑스 제뉴와도 서울에서 사업설명을 하고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세계적인 옥션하우스, 글로벌 수준의 갤러리와 협의도 진행 중이다.
특히 일본 미술계에서 인천공항의 수장고 프로젝트에 관심이 매우 높다. 일본의 아트페어인 아트도쿄, 신와옥션, SBI 아트옥션, 광고대행사 덴츠 등과 수장고 개발과 운영을 논의하고 있다.”
-아르스헥사 컨소시엄은 어떻게 구성돼 있나.
“건설투자자(CI)는 동부건설과 포스코건설, 재무적투자자(FI)는 유진투자증권과 마스턴자산운용, 전략적투자자(SI)는 동양, 에스케이브로드밴드, 소니드, 갤러리 비선재, 신성금고 등이다. 신성금고는 수장고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고 신성금고는 우리나라에서 은행금고를 가장 많이 만드는 곳이다. 건축설계는 해안건축설계사무소, 회계자문은 삼일PWC회계법인, 법률자문은 법무법인세종이 담당하고 있다. 컨소시엄 구성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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